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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투병기단상 2020. 9. 30. 15:54반응형
나의 수 많은 투병기 중 하나. 코로나 블루 ㅎㅎ
한국 가고 싶다.
퇴사하고 싶다.
퇴근하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직원들이 자꾸 이러고 저래서 힘들다.
거래처가 어쩌고 저째서 속이 터진다.
덥다. 습하다.
아 또 비온다. 빨래 망했다.
무기력하다.
주말에 할 것도 없다.
인생노잼.
주변에 맛있는 식당도 없다.
또 뱃살 찐다.
움직이기 싫다.
더 자고 싶다.
본가에 가고 싶다.
엄마 보고 싶다.
한국에 있는 친구 보고싶다.
교촌치킨 먹고싶다.
마스크 쓰기 싫다, 귀아프다.
점심에 이거 먹었는데 맛없다.
소화 안된다.
왜 이렇게 돈이 술술 나가지.
왜 이렇게 주식은 떨어지지.
.
.
.
등등
코로나 이후로 한국에 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마음속은 우울함, 불평으로 가득차고 게으름과 무기력이 나를 지배했다.
위에 말들은 내가 최근에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다.
가장 친하고 소중한 친구의 결혼식에 가지 못한다는 것도 점점 실감이 나 더욱 더 마음 속이 꽁해져 파고들었다.
지독하게 우울해서 퇴근하고 시체처럼 누워있다가 다음 날 허둥허둥 출근하는 날들을 몇 달동안 반복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아무런 의욕 없이 축 쳐져서 저런 말이나 하고 있는 스스로 한테 지긋지긋했다.
진짜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어느 보건소에 내려서 검사 받고 격리숙소를 어떻게 찾는지 까지 찾아봤었다.
나에게 즐거운 해외생활은 1년에 아무리 못해도 한번에서 두 번은 한국에 다녀올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보장되었다.
앞으로 1년에 한 번도 한국에 잠시 몇일이라도 들르지 못하게 된다면 나는 해외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나는 종합병원이라
정기적으로 안과에서 결막 결석을 제거해줘야 하고 (진료비가 너무 비싸서 안과를 미뤘다가 각막염까지 걸렸다…)
식도염 환자라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및 처방을 받아야 하고
자주 체해 한의원도 방앗간처럼 들락거린다.
비염과 외이도염도 항상 있어 정기적으로 이비인후과에 다니며 심하게 염증이 번졌을 때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
이렇게 병원을 자주 다니는 내게 해외생활은 병원비가 줄줄 샌다.
보험도 줄줄이 상품이 사라지고 있고 보험금도 쭉쭉 오르고 있어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정말 해가 지날수록 잔병치례가 빠른 주기에 다양해지고 있어 병원 다니기 편리한 한국에서 살아야 하나 싶다.
눈 뜨고 감을 때까지 내가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밤낮으로 고민했으나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일단 이 무기력함과 짜증, 우울감을 떨치기 위해 바빠지려고 과외 및 스터디 등으로 일정을 채워 넣고 집에 가면 누워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내가 자기 전에 누워서 30분~1시간 정도 책을 읽다 자는데,
그것이 비효율 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스르륵 잠이 들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 같다. (즐겁고 행복하긴 했다만 뭘 봤는지 모른다)
내가 무슨 책을 읽었고 어떤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독서 노트 없이 누워서 수면등에 의지해 의식대로 읽다보니
배울 점, 시야가 환기되었던 부분,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놓친 채 시간만 허비하는 독서를 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자기 전에 눕지 않고 앉아서 노트를 펴놓고 메모를 하면서 책을 읽으려 한다.
그렇게 되니 퇴근 후의 시간이 1시간 운동, 샤워 및 저녁준비/ 식사 뒷정리, 스터디 공부 및 숙제, 과외공부, 독서 까지 하니
너무 꽉 차서 불평하고 우울해 할 틈이 없어졌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쳐져 있던 모습이 서서히 사라져 지금은 to do list만이 나를 꽉 채우고 있다. (이것도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아직 자세한 플랜이나 진짜 한국에 돌아갈지, 가면 어떤 것을 할 지 등 정해진 것이 하나도 없지만
일단 무기력을 떨쳐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서서히 다른 것들도 곧 생각이 정리될 것 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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