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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성 식도염 투병기
    단상 2020. 9. 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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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말.

    베트남 전시회에 마케팅 담당자로 출장을 다녀와서

    한국에 입국한 그 날 새벽 나는 밤새 토하고 화장실에 가고 데굴데굴 굴렀다.

    뱃속이 쥐어 뜯기듯이 아파 구멍이 나는줄 알았다.

    베트남에서 먹은 야채에 있던 벌레가 내 속에 들어가서 내 속을 다 갉아먹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바로 맨정신에 5분만에 끝나는 내시경을 당하고 위염/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 스트레스 성이었다.)

    내 성격 상 (꼰대력이 있음) 어른들과 함께 하는 출장에서 업무 + 의전으로 스스로 압력을 많이 받았고 거기에 다른 사람들의 트러블을 출장 내내 목도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몸이 발산했다.

    그 발병 이후 지금까지 나는 6년차 만성 식도염 환자로 살아가고 있다.

    속이 쓰리고 머리가 아프며, 음식을 먹는 즉시 무너질 것 같은 피로를 느낀다.

    식 후 세시간 정도는 집중이 잘 되지 않고 머리가 탁해 업무에서 고문같은 시간을 보낸다.

    저녁 6시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는 삶을 산 지 5년이지만, 아직도 아침에 일어나면 속에서 구멍이 난듯이 쓰리고 몸이 가라앉고 피곤하다.

    항상 의욕이 없고 현기증과 미슥거리는 멀미가 약하게 있다.

    외근차량에서 노트북/핸드폰으로 업무를 보게 되면 멀미와 현기증에 그 날 퇴근 후에도 저녁 내내 녹초가 되어 뻗어 있다.

    나는 라떼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라떼, 아이스 밀크티, 마라샹궈, 훠궈, 떡볶이, 묵은지 김치찌개 등등이 최애이다.

    식도염을 떼어버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상기 음식들을 일절 “영원히 안먹으면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완치 참 쉽지요?

    그런데 나는 6년차 만성 식도염을 환자다.

    그 뜻은 커피, 매운음식, 차가운 음료, 기름진 음식을 내 인생에서 완전히 끊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증상은 점점 더 심해져 이제는 삶은 계란만 먹어도 속에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하루종일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되는 지경까지 왔다.

    식도염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떼어난 삶은 상상할 수가 없다.

    그걸 못먹는다면 다른 음식으로는 먹는 즐거움, 뭘 먹고싶다는 마음이 일절 없어지는 것이다.

    나는 식탐이 많은 사람인데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에 한해서 굉장히 열정적이고 그렇지 않은 음식들에는 굉장히 심드렁하고 조금 먹다 말고 시무룩 슬퍼한다.

    앞으로 커피, 매운음식, 차가운 음료, 기름진 음식 없는 삶을 살아보겠다.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절에 들어가 살아야하나.

    얼마나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슬퍼질지 끝까지 가보자…

     

    아 나중에 리뷰 카테고리에 식도염 관련 복욕했던 약품이나 추천하는 방식들을 자세히 나열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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